여행하며 보고 느낀 점을 어떻게 글로 썼는지 생각하며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을 읽어 봅시다.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감수광: ‘가시나요’의 제주 방언

유홍준

1 제주행 비행기를 탈 때면 나는 창가 쪽 자리를 선호한다. 하늘에서 보는 제주도의 풍광만끽하기 위해서다.

“저희 비행기는 잠시 후 제주 국제공항에 착륙하겠습니다. 안전벨트를 다시 매어 주십시오.”

기내 방송이 나오면 나는 창가에 바짝 붙어 제주도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비행기 왼쪽 좌석이면 한라산이 먼저 나타나고 오른쪽이면 쪽빛 바다와 맞닿아 둥글게 돌아가는 해안선이 시야에 펼쳐진다. 이윽고 비행기가 제주도 상공으로 들어오면 왼쪽 창밖으로는 오름의 산비탈에 수놓듯이 줄지어 있는 산담이 아름답고, 오른쪽 창밖으로는 삼나무 방풍림 속에 짙은 초록빛으로 자란 밭작물들이 싱그러워 보인다. 비행기가 선회하여 활주로로 들어설 때는 오른쪽과 왼쪽의 풍광이 교체되면서 제주의 들과 산이 섞바뀌어 모두 볼 수 있게 된다. 올 때마다 보는 제주의 전형적인 풍광이지만 그것이 철 따라 다르고 날씨 따라 다르기 때문에 언제나 신천지에 오는 것 같은 설렘을 느끼게 된다.

선호(選 가릴 선, 好 좋을 호): 여럿 가운데서 특별히 가려서 좋아함.
풍광(風 바람 풍, 光 빛 광): 경치. 산이나 들, 강, 바다 따위의 자연이나 지역의 모습.
만끽(滿 찰 만, 喫 마실 끽): 욕망을 마음껏 충족함.
쪽빛: 짙은 푸른빛.
해안선(海 바다 해, 岸 언덕 안, 線 선 선): 바다와 육지가 맞닿은 선.
상공(上 위 상, 空 빌 공): 어떤 지역의 위에 있는 공중.
오름: ‘산’과 ‘산봉우리’의 제주 방언.
산담: ‘사성’의 제주 방언으로, 무덤 뒤에 반달 모양으로 두둑하게 둘러싼 토성을 말함.
선회(旋 돌 선, 回 돌아올 회): 둘레를 빙글빙글 돎.
섞바뀌어: 서로 번갈아 차례가 바뀌어
전형적: 어떤 부류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
  • 중심 내용: 제주행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제주도의 풍광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2 우리 답사의 첫 유적지는 한라산 산천단이었다. 한라산 산신께 제사드리는 산천단에 가서 답사의 안전을 빌고 가는 것이 순서에도 맞고 또 제주도에 온 예의라는 마음도 든다. 산천단은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뒤편 소산봉(소산오름) 기슭에 있다. 산천단 주위에는 제단을 처음 만들 당시에 심었을 수령 500년이 넘는 곰솔 여덟 그루가 산천단의 역사와 함께 엄숙하고도 성스러운 분위기를 보여 준다.

곰솔: 소나뭇과의 상록 침엽 교목.
  • 중심 내용: 우리는 가장 먼저 한라산 산천단에 갔습니다.

3 제주의 동북쪽 구좌읍 세화리 송당리 일대는 크고 작은 무수한 오름이 저마다의 맵시를 자랑하며 드넓은 들판과 황무지에 오뚝하여 오름의 섬 제주에서도 오름이 가장 많고 아름다운 ‘오름의 왕국’이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다랑쉬오름은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린다.

다랑쉬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이 있으나 다랑쉬오름 남쪽에 있던 마을에서 보면 북사면 차지하고 앉아 된바람을 막아 주는 오름의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어 보인다 하여 붙여졌다는 설이 가장 정겹다. 오름 아랫자락에는 삼나무와 편백나무 조림지가 있어 제법 무성하다 싶지만 숲길을 벗어나면 이내 천연의 풀밭이 나오면서 시야가 갑자기 탁 트이고 사방이 멀리 조망된다. 경사면을 따라 불어오는 그 유명한 제주의 바람이 흐르는 땀을 씻어 주어 한여름이라도 더운 줄 모른다. 발길을 옮길 때마다, 한 굽이를 돌 때마다 시야는 점점 넓어지면서 가슴까지 시원하게 열린다.

맵시: 아름답고 보기 좋은 모양새.
(說 말씀 설): 의견이나 생각, 주의, 학설, 통설 따위를 이르는 말.
북사면(北 북녘 북, 斜 비낄 사, 面 낯 면): 북쪽을 향하여 경사진 면.
조림지: 나무를 심거나 씨를 뿌리거나 하는 따위의 인위적인 방법으로 숲을 이룬 땅.
조망(眺 바라볼 조, 望 바랄 망): 먼 곳을 바라봄. 또는 그런 경치.
  • 중심 내용: 우리는 제주도의 오름으로 이동했습니다.

4 성산 일출봉은 제주 답사의 기본 경로라 할 만큼 잘 알려져 있고, 영주 십경의 제1경이 ‘성산에 뜨는 해’인 성산 일출이며, 제주 올레 제1경로가 시작되는 곳일 만큼 제주의 중요한 상징이기도 하다.

제주도와 연결된 서쪽을 제외한 성산 일출봉의 동  남  북쪽 외벽은 깎아 내린 듯한 절벽으로 바다와 맞닿아 있다. 일출봉의 서쪽은 고운 잔디 능선 위에 돌기둥과 수백 개의 기암이 우뚝우뚝 솟아 있는데 그 사이에 계단으로 만든 등산로가 나 있다. 전설에 따르면 설문대 할망은 일출봉 분화구를 빨래 바구니로 삼고 우도를 빨랫돌로 하여 옷을 매일 세탁했다고 한다.

일출봉은 멀리서 볼 때나, 가까이 다가가 올려다볼 때나, 정상에 올라 분화구를 내려다볼 때나 풍광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감동이 있다. 특히나 항공 사진으로 찍은 성산 일출봉은 공상 과학 영화에나 나옴 직한 신비스러운 모습을 보여 준다.

영주: 신선이 사는 섬이라는 뜻으로, 제주를 말함.
능선(稜 모서리 능, 線 선 선): 산등성이를 따라 죽 이어진 선.
  • 중심 내용: 우리는 제주의 중요한 상징이기도 한 성산 일출봉으로 향했습니다.

5 우리는 어리목에서 출발하여 만세 동산을 지나 1700고지인 윗세오름까지 올라 그곳 산장 휴게소에서 준비해 간 도시락을 먹고 영실로 하산하면서 한라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영실에 들어서면 이내 솔밭 사이로 시원한 계곡물이 흐른다. 본래 실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은 계곡을 말하는 것으로 옛 기록에는 영곡으로 나오기도 한다. 언제 어느 때 가도 계곡물 소리와 바람 소리, 거기에 계곡을 끼고 도는 안개가 신령스러워 영실이라는 이름에 값한다. 무더운 여름날 소나기라도 한차례 지나간 뒤라면 이 계곡을 두른 절벽 사이로 100여 미터의 폭포가 생겨 더욱 장관을 이룬다.

숲길을 지나노라면 아래로는 제주조릿대가 떼를 이루면서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며 온통 푸르게 물들여 놓고, 위로는 하늘을 가린 울창한 나무들이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아름답고 기이하다.

숲길을 빠져나와 머리핀처럼 돌아가는 가파른 능선 허리춤에 올라서면 홀연히 눈앞에 수백 개의 뾰족한 기암괴석이 호를 그리며 병풍처럼 펼쳐진다. 오르면 오를수록 이 수직의 기암들이 점점 더 하늘로 치솟아 올라 신비스럽고도 웅장한 모습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언제 올라도 한라산 영실은 아름답다. 오백 장군봉을 안방에 드리운 병풍 그림처럼 둘러놓고, 그것을 멀찍이서 바라보며 느린 걸음으로 돌계단을 밟으며 바쁠 것도 힘들 것도 없이 오르노라면 마음이 들뜰 것도 같지만 거기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장엄함과 아늑함이 곁들여 있기에 우리는 함부로 감정을 놀리지 못하고 아래 한 번, 위 한번, 좌우로 한 번씩 발을 옮기며 그 풍광에 느긋이 취하게 된다.

신령스러워: 보기에 신기하고 영묘한 데가 있어
제주조릿대: 볏과 대나무의 하나.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제주에 분포함.
포복(匍 엉금엉금 길 포, 匐 기어갈 복): 배를 땅에 대고 김.
울창한: 빽빽하고 우거지고 푸른
홀연히: 뜻하지 아니하게 갑자기
기암괴석: 기이하게 생긴 바위와 괴상하게 생긴 돌.
장엄함: 씩씩하고 웅장하며 위엄 있고 엄숙함.
  • 중심 내용: 언제 올라도 아름다운 한라산 영실에 갔습니다.

제주도의 이모저모

새별오름

제주도의 이모저모

성산일출봉

제주도의 이모저모

주상절리

제주도의 이모저모

한라산 영실코스 병풍바위